후기게시판

2025.03.10 18:53

<KEYWORK>칸막이, 칸마귀

  • 반노 오래 전 2025.03.10 18:53 KEY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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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막이, 또는 칸마귀로 불리는 직종이 내 고덕라이프의 시작이었다.

 

사실 머문 기간이 한달쯤 밖에 안되어서, 칸마귀라고 느낄 만큼 힘든 일은 겪지 못했다.

 

그저 운이 없게도 무거운 빔을 들다가 손목을 다쳐버렸고, 그 때문에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직종에 오기 전, 잠시 들린 환승역 같은 느낌이었다.

 

 

자 아무튼, 처음 입사 확정 문자를 받고 숙소 주소를 받은 다음 고덕으로 향했다.

 

내 첫 숙소는 동삭동에 있는 아파트 13층이었데,

 

당시 쓰리룸에 9명이 사용하고 있었다.

(다들 2인1실 이며 원룸이며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개뿔 그냥 팀장 마음대로 채워 넣는다.

친구랑 둘이 원룸을 잡아준다는 말에 속지 마라. 거의 구라다.)

 

심지어 처음 방문했을때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있었다.

 

건너편 라인으로 올라가서 옥상으로 건너오면 된다는 걸 안 것은,

 

백팩을 앞뒤로 두개, 양손에 에코백, 그리고 캐리어까지 짊어지고 13층을 오르고 난 다음 날 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을때 나와 같은날 입사하게 된 형이 한분 계셨다.

 

여러 사연이 있는 형이었는데, 칸막이를 떠나는 날까지 나를 참 많이 챙겨주었다.

 

덕분에 낯선 환경에 의지하며 적응 할 수 있었고,

 

이곳에도 좋은 사람은 있다는걸 알게해 준 사람이라 아직도 고마운 마음이 남아있다.

(지금은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그 형 외에도 기존에 근무하던 사람이 있었지만,

 

정말 인사 한마디 없이 다들 자기 할일을 하며 무시했다.

 

나중에야 알게 된건, 칸막이 업종에 오는 사람들이 워낙 추노를 많이 하기에

 

아예 한달정도 동안은 인사도 안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너무 아쉬웠던 것은,

 

어찌되었건 신입이 왔는데 다음날 어떤 일정이 있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다음날 오전 6시 즈음, 한시간 안에 회사에 방문해야 한다는 문자를 받고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야만 했다.(심지어 고덕은 30분이 넘도록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

 

그 이후에도 교육, 물품 수령 등으로 두어번 회사를 찾아가야 했는데

 

아무도 데려가주거나 말해주지 않은 덕분에 택시비로만 몇만원을 썼다.

(지금 되돌아보면 알아서 해야하는 것이 당연했던것 같은데,

그저 회사생활같은 일반적인 일만 해왔던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처음, 회사에 등록, 교육 그리고 안전물품등을 지급받고 나면

 

일정에 맞춰 삼성으로 이동해서(각자, 알아서) 건강검진을 받게 된다.

 

전자직발의 경우 병원에 방문해서 검진을 받게 하고,

 

물산의 경우 야외에 텐트 몇 개 쳐놓고 돌아가며 검진을 받아야 한다.

(전자직발, 물산 같은 단어들의 뜻은 정보 게시판에 공유하도록 하겠다.)

 

당시 9~10월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더워 죽는줄 알았다.

 

 

그리고 혈압이 높으신 분들은 미리 약을 챙겨드시며 안정적인 혈압유지를 해주시는게 좋다.

 

물산 건강검진시 기계의 문제인지 뭔지, 혈압이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입사가 불가능 해질 수 있다.

 

다행히 나는 혈압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건강검진 후 또 한번의 자체 안전교육이 진행되는데 이때 안전화가 KC인증이 없거나,

 

6인치(발목까지 가려주는)가 아닐시 즉시 귀가 조치를 한다.

 

나는 지급받은 안전화(6인치)보다 서울에서 구매해온 안전화(4인치)가 편해서

 

그걸 신고 교육을 듣다가, 귀가 조치를 받을 뻔 했다.

(다행히 팀장님이 급히 퇴근하시는 분의 안전화를 공수해주셨다.)

 

태어나서 안전화를 처음 신어보는데, 4인치며 6인치며 내가 대체 어떻게 알겠는가?

 

 

대체로 물산은 이런데에 있어서 직발에 비해 매우 불친절한 편이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스스로 겪고 알아야만 한다.

 

그래서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거지!!

 

 

아무튼, 교육이 끝나면 해당 팀의 운영방식에 따라 즉시 근무에 투입 될 수도 있고,

 

다음날 투입이 될 수도 있다.

 

나는 물론 마음의 준비도 없이 즉시 투입이 되었고,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언급 없이 야간까지 근무해야 했다.(발아파서 죽는줄 알았다)

 

일은 대체로 힘든것은 없다.

 

그냥 서있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어딜 가든 일을 찾아서 하는 편인데도, 쌩초보였던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처음 일주일은 그냥 서서 지켜보고 바닥 쓸고 쓰레기 줍는 정도?

 

그리고 사용하는 도구나 자재들을 하나씩 외우면 된다.

 

 

또 안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삼성이기에,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사람에게 즉시 일을 시키지 않는다.

 

자칫하면 개인 뿐만 아니라, 팀이 쫓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안에 관해서도 굉장히 엄격한데, 이것에 관한것은 나중에 자세히 풀어보겠다.)

 

 

가장 힘든점은 발이 매우 아프다.

 

안전화를 한치수 크게 신고, 깔창을 깔아도 발은 매우 아프다.

 

거의 2주동안은, 일이 끝나고 나면 퉁퉁 부어버린 발때문에 집에 가는 길이 지옥 같았다.

 

물론 이것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 인게, 전혀 아프지 않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한달이라는 시간이 짧기는 했지만,

 

칸막이로 오래 근무한 동료들의 말을 들어봐도 업무적으로 엄청나게 힘든점은 없던거 같다.

 

그런 일이 있어도 조공을 시키지도 않으니 초보라면 아무 걱정할 필요 없다.

 

다만 환경적으로 타 직종에 비해 안좋은 점들은 있다.

 

단가가 짜다거나 등등등..

 

 

 

 

 

아무튼 요약 하자면,

 

1. 물산은 입사 일정 등등이 매우 불친절하니, 마음의 준비를 하자.

      (거의, 이래도 일할래? 이런 느낌이 들 정도였다.)

 

2. 처음엔 발이 매우 아프니, 가능한 편한 안전화와 깔창은 필수다.(그래도 아프다)

 

3. 삼성현장이 처음이라면, 안전규율 등이 익숙해질 때까지 시키는 일만 하자.

(처음엔 뭐라하는 사람 없다. 되도록 빨리 익숙해지려고 하자.)

 

4. 좋은 사람도 많지만, 대부분 시간을 두고 친해져야 하는편이다.

(말 끝마다 욕하는 미친X도 많다. 일일이 상대하지 말자.)

 

5. 내가 알기로, 삼성 현장에서 조공으로 일하며

'너무 힘들다'라고 느껴질만큼 업무량이 많은 업종은 없다.

그러니 어떤 직종이든, 일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근무 환경적인 부분에서 고려하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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