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게시판

2025.03.08 01:28

<KEYWORK> 반노의 시작

  • 반노 오래 전 2025.03.08 01:28 KEY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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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렇게 글을 시작하는 건 틀린 일일지 모른다.



첫 글인 만큼, 오탈자며 어색한 표현들이 가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글 솜씨도 초라할 테고. 하지만 무엇보다 내 숨기고 싶던 이야기를 이렇게 솔직하게 적어내려간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

그래도, 시작해본다.



나는 실패자다.

디저트가게를 운영하다 망했다. 빚더미에 앉게 됐다.

돈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더 큰 좌절감은 내가 모든 걸 걸고 운영하던 사업이 무너졌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내 인생 전체가 붕괴된 것만 같았다.




무기력과 우울증이 나를 잠식했다.

죽음마저 생각했던 그때, 나를 이끌어준 건 현명했던 전 여자친구였다.

그녀가 말한 곳은 경기도 평택, 고덕이라는 생소한 장소였다.




거기서 나는 노가다, 그것도 숙식 제공이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서른이 넘어서야 첫 발을 내딛게 됐다.

두려움이란 감정이 온몸을 감쌌다.

그 당시엔 정말 내 인생이 끝난 것만 같았다.




인터넷을 뒤져보며 나를 안심시켜 줄 무언가를 찾으려 했지만,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고덕에 도착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내 안의 두려움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




이것이 내가 글을 쓰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다.

나처럼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고덕에 발을 들인 이들이, 혹은 이곳에 대해 정보를 찾고 있는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통해 작은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나를 아는 사람이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내가 누구인지 알아채지는 않을까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공존한다.

나는 생각이 많고, 겁도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솔직하게, 때론 쓸데없는 이야기까지 담아가며 차근차근 적어나가려고 한다.




내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아 올릴 생각이다.

앞으로 올릴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가 되거나, 혹은 쓸모 있는 정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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