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게시판

2025.04.02 18:52

이직, 선택, 결정.

  • 반노 19일 전 2025.04.02 18:52 KEY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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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되살려보면, 그 당시에는 하루가 마치 일주일 같았다.

 

 사건 사고들의 연속이었고, 급변하는 상황들을 적응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2차사의 임시공구장님은 내가 남아있다가, 새로 열리는 업체로 같이 넘어가길 원하셨다.

 

3차사(여우 같던 총괄팀장님의 회사)의 팀장님도 자신이 끌어줄 테니 와서 배우라고 하셨다.

 

 그리고 원래 내 소속이던 4차사의 팀장님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

 



 

 이곳은 정치가 만연한 곳이라는 것을 이때 어렴풋이 알게 됐지 싶다.

 

 

 

 태어나 처음 반도체 현장에서 일하게 된 나는,



 다른 건 모르겠고 인사나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입사 이후, 같은 샵장에 있는 모두에게 매일 인사를 했다.



 별거 아닌 안부를 묻기도 하고, 그냥 말이 없는 분들께는 지나지며 쌍따봉을 날리기도 해했다.



 지금 생각해 보자니 좀 부끄럽기도 하다.

 





 하여간 그렇게 까불고 다닌 덕분에 여러 조공분들이나 안전담당자분들, 그리고 팀장님들과도 터울 없이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그 때문인지, 회사가 쪼개지기 얼마 전부터 팀장님들이 내게 밀담을 건네기 시작하셨다.



 

 

 한 사람은 오늘 무슨 일이 있었고, 앞으로 우리가 완전 장악을 하게 될 것 같다며 같이 하자고 얘기를 하시고,

 

 또 다른 사람은 어떤 일이 벌어져서, 회의를 하게 될 거고 결과가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 같다며 함께 하자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저 내가 배관사가 배정되지 않은 가장 애매한 포지션에 있던 조공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2차, 3차, 4차 업체 관리자분들이 다 내게 제안을 해주시니 한편으론 어깨가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고, 다른 한편으론 머리가 아파졌다.



 

 

사실 처음부터 내가 가기로 마음먹은 곳은 정해져 있었다.



임시공구장님이 새로 가게 되는 업체.

 

왜냐면 나는 그즈음 이미 임시공구장님이 사실은 2차 업체 사장님의 친누나라는 걸 알고 있기도 했고,

 

한 달 동안 샵장에서 함께 일하며 정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맞추기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어디 어려운 부분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형과 동생의 입장은 좀 달랐다.

 

 일단 동생의 경우 이미 4차 업체 배관 사분과 한 달여간같이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배신(?) 하고 옮기기가 조심스러웠고,

(4차사 팀장님은 당연히 따라오리라 여기고 의사를 묻지도 않고 명단에 넣었다고 한다)

 

 나보다 좀 더 현명한 형의 경우에는



 이곳 생리가 매번 말의 앞뒤가 다르고 달라지는 게 많으니, 최후까지 기다렸다가 선택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가 바랬던 세 가지는 이랬다.





 

 첫째는 셋이 함께 갈 수 있는 곳.



지금 와서 보자면 업체 입장에서는 오히려 바라는 부분이었을 것 같다.



 왜냐면 안전담당자나 조공의 단가에서 회사가 수익을 챙기는 구조라서 조공이 많을수록 회사에 좋기 때문이다.

 





 둘째, 숙소.

 

 이곳이 첫 고덕 업체인 동생과는 다르게,



 물산 쪽에서 근무해 봤던 형과 나는 직발에서의 가장 좋은 점이 바로 숙소라는데 동의했다.

(물론 직발업체 숙소가 좋은 건 아니라는 걸 지금은 알게 됐다)

 

 여염리(최고의 위치)에다,



 무려 신축빌라 펜트층에 화장실이 딸린 안방을 사용했으니 말이다.

 

 사실 이런 환경은 직발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그때 특수한 상황이었을 뿐이지만, 당시로선 그걸 알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세 번째,



대기하는 일이 없을 것. 나로서는 이미 한 달이라는 시간을 날려버린 후라 더 이상은 일을 쉬어야 하는 상황이 없기를 가장 바랐다.

 

이 세 가지의 조건 중 3차 업체(사실 조건을 여쭤보지도 않았다)는 첫 번째와 두 번째를 이루어 줄 수 없었다.



당시 상황상 TO가 여유가 있지 않았고, 숙소도 문의를 하기조차 애매했다.



나는 4차사의 숙소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우리 선택지에 3차 사는 없었기 때문에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문제는 2차사와 4차사였다.



4차사 팀장님은 참 좋은 사람이셨다.



나이가 있으심에도 불구하고 형님으로 불리길 바라셨고 또 배관사며 조공들과 아주 수평적인 관계로 지내시길 주저하지 않았다.

 

덕분에 우리 셋 다 같이 넘어오는 조건도 좋다 하셨고, 또 숙소도 지금 사용하는 여염리 숙소 그대로 사용하게 해주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차주에 바로 교육을 진행하고 입사도 할 수 있게 해주신다고 약속하셨다.





 

이미 한 달을 이 업체에서 마냥 기다리기만 했던 터라(당시에 연락도 잘 안됐다) 나는 온전히 믿을 수는 없었지만,



이사를 안 해도 될 거라는 부분은 메리트가 컸다.

 

 



마지막으로 2차사의 임시공구장님은 숙소는 여염리쪽 일 것이고, 셋이 오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셨다.



다만, 나는 텀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일정을 맞춰 줄 수 있지만, 형과 동생은 바로 시작할 수는 없고 2주일 정도의 텀이 생긴다고 했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머리가 아파졌다.



솔직히 나만 생각했다면 현실적으로 텀 없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2차사를 선택하는 편이 좋았다.

 

하지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셋이 함께 옮기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어떤 결정을 하든 함께하는 쪽으로 가기로 정했다.

 

 



물론 내게 제안해 주셨던 분들께 모두 전화를 걸어서,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4차사에 남기로 했다고 죄송하다고 전했다.









결국 우리는 기존 그대로 4차사와 함께하기로 하고 명단을 올렸다.









그리고 이때 참 많은 걸 배웠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분명 4차사의 팀장님은 좋은 사람이고, 그의 의도도 오직 선의에 맞춰져 있는 걸 안다.



다만, 업체들의 사정으로 인해 팀장님이 약속했던 여러 조건들이 바뀌기 시작했다.







첫째, 기존에 있던 배관사들이 머물던 숙소만 남기고 여염리 숙소는 다 빼게 되었다고



우리가 살던 곳이 아닌 다른 숙소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둘째, 일정이 일주일이 미뤄졌다.



기존에는 일주일만 대기하면 된다고 했었지만, 일주일이 더 미뤄진다고 얘기해 주셨다.



하지만 일주일 뒤면 무조건 들어갈 수 있다고 얘기하셨다.







하지만 이때부터 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미 입사 전에도 일주일만 밀린다고 들었던 일정이 한 달을 채워서야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불안해진 나는 형과 동생에게 이야기를 하고, 나는 더 기다릴 여유가 없고 또 믿을 수 없으니



2차사로 가겠다고 이야기를 한 뒤 임시공구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사정을 말씀드리니 당연하다는 듯 받아주셨다.



그리고 혹시 형과 동생도 가능하냐고 여쭤보니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결국 2차사로 이직을 결정했다.



다행히 내 판단이 옳았던 것은, 4차사 업체는 결국 몇 주나 더 지나서야 새로운 곳에 입사했다.







하지만 과연 내 판단이 옳았던 걸까?



아니 고덕에 과연 옳은 판단이라는 것이 있을까?







참 재미있는 곳이다.



어쩌면 인생 그 자체를 드라마틱 하게 겪을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이직을 한 후 겪은 일들이, 결코 좋았다고 할 만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 좋은 건가?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나는 힘들게 이직했던 그곳에서 해고됐다.











새로운 곳에서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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