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게시판

2025.03.27 17:07

여우와, 어린 수사자

  • 반노 25일 전 2025.03.27 17:07 KEY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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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와 두 번째 총괄 팀장님은 완전히 다른 성향의 사람이었다.

 





 첫 번째가 사무 및 정치 성향이 짙었다면,



 두 번째는 현장 중심의 열정적인 성품의 사내였다.

 





 굳이 동물로 표현해 보자면, 한 명은 여우, 한 명은 어린 수사자 같은 느낌이었다.

 

 

TBM(tool box meeting)부터 달랐다.



두 번째 총괄팀장님(이하 수사자)은 첫 총괄팀장님과는 다르게,



첫 TBM부터 단 한 번의 미팅도 빠지지 않고 직접 주도적으로 미팅을 실시했다. (마지막은 빠졌으나 그 이유는….)







자신을 포함해 작업자들 및 안전담당자들이, 모든 시간을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고 연설을 하고는 했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고(실제로 이때 이미 우리 회사의 운명이 줄은 얇은 상태였다)



단 한 사람도 노는 시간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매일 화를 내고는 했다.



화를 정말 자주 냈다.

정말 자주 냈다.







 

실제로 그는 자신도 현장 업무에 직접 뛰어들어 작업을 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다만 그가 간과한 점은, 이곳에 근무 중인 사람들 중 반절 이상은 그보다도 오랜 경력을 보유한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수사자의 말을 전혀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굳이 이곳이 아니어도 일 할 곳들이 있어서 였을까,



아니면 경험적으로 의미 없다고 여겼는지는 아직도 난 잘 모르겠다.





 

점차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고, 불만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나는 곧잘 수사자의 업무를 돕곤 했다.



일단 그의 열정적인 모습이 보기 좋았고,



또 인간적으로 그렇게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총괄팀장이라는 직책을 갖고 있음에도,

 

그는 작업자들과 같은 숙소를 이용 중이었고, 심지어 거실에서 잠을 잤다.

 



 

수사자에게 부족한 건 경험인 것 같았다.(실제로 나보다도 어렸었다)



배관 업무적으로는 능력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었고,



작은 팀을 꾸려서 운영하는 능력도 괜찮다고 들었었기 때문이다.(feat.임시공구장님)





 

때문에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친한 안담분들이나 조공들에게



사실은 수사자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넌지시 운을 떼고는 했다(아무 효과는 없었다).





 

다만 그에게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술을 너무 좋아했다는 점이다.

 

 



수사자는 매일 밤 술에 잔뜩 취해있었다.

 

그 이유는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어떤 날 저녁엔 즐거움에 노랫소리가 들렸고,

 

또 어떤 날은 누군가와 소리를 지르며 싸우고는 했다.







 

체감상 두 달은 함께 보낸 것 같은데,

 

실제로 함께 한 시간이 2주 정도 지난 어떤 날 오후였다.

 





 

 그날도 이전처럼 갑작스럽게 모든 게 끝이 나버렸다.

 

 하지만 이유는 첫 번째와는 정말 달랐다.

 





 

 왜냐면 파업을 할 사람들은 이미 다 떠나고,



 남은 사람들은 수사자에게 맞춰주며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납기에 맞춰 모든 일들이 순조롭다고 얘기를 들었었다.)







 

 수사자는 매우 열정적인 사내였다.



 그 열정은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



 상대가 조공이던, 원청의 관리자 건 그 열정은 차이가 없었다.



 게다가 그는 술을 매우 좋아했다.



 

 

 

 D-day 날 오전, 원청 관리자와 미팅을 진행했다고 한다.

 

하루 걸러 하루 진행하는 업무보고였던 걸로 짐작한다.

 







 수사자가 생각하기에 팀은 안정적으로 변모했고,



그의 노력으로 납기가 늦춰지지 않도록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 향상감은 그에게 자부심을 생기게 만들었으리라 짐작한다.

 

그날은 그렇게 생겨난 작은 자부심이 문제의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이전 총괄(여우)은 그가 실제로 작업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일들이 진행된 것으로 원청 업체에 보고를 했다고 한다.

 

 그 보고를 믿고 있던 원청에서는 D-day 날 수사자가 보고한 업무량이나 업무 속도가 매우 저조하다고 평가했으리라.

 

 





자부심이 조금씩 차오르던 수사자는 매우 화가 나지 않았을까?







 

여우 같은 치밀함보다 열정이 앞서는 그는 억울함에 원청과의 미팅이 끝난 직후, 오전부터 술을 마시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술에 취한 채로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직접 보지 못했고,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



 확실한 점은 그날 누구도 다치거나 하는 대단한 불상사가 일어난 건 아니다.

 

 





다만, 다음날 수사자가 사무실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소문이 퍼졌고,



수사자 본인은 코로나에 걸렸다고 회사에 보고를 하고는 잠적했다.

 





 

나는 그가 잠적했다는 얘기를 듣고, 곧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름대로 그의 진심이 뭐였는지 이해하고, 사실은 그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던 내 마음을



그도 알고 있어서 전화를 받아준 게 아닐까 하고 믿고 있다.

 

 





그와 얘기를 하던 중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을 한 나는



그에게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는 덕담과(정말 2주간 그는 미친 사람처럼 일했다) 앞으로의 행운을 빌어주었다.





 

 

분명 젊음 수사자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언젠가는 어른 수사자가 될 날이 올 거라고 본다.



사자는 사자니까. 물론 술을 줄여야 하겠지만 말이다.









아! 그 뒤로 남은 기간 동안 임시공구장님의 욕설은 더욱 심해졌었다. (사실 가장 상처받으셨으리라.. 짐작만..)

 

 





아쉽게도, 세 번째 총괄팀장님에 관한 이야기는 내게는 없다.

 

기존에 계시던 배관사분 중 한 분이 배정되었는데, 그 즈음 나는 회사를 옮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회사를 옮기는 과정도 정말 대단히 재미있었다.(그 당시엔 죽을 맛이었지만..)

 

다음 이야기는 그 과정에 대해 한번 떠올려 보고자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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